앞으로도 영원히 그렇게 있으리란 확신에 찬 상태. 물론 제일 먼저 진실에 도달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수학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도 곤란한 일이지만 말이야. . 박사는 가고 없지만 “박사와 함께 지낸 시간의 밀도에 미치지 못한다. 박사는 그런 상태를 사랑했다. 이걸 사용하면 무한한 숫자나 눈에 보이지 않는 숫자에도 번듯한 신분을 줄 수 있는 기호. 1962년 오카야마 시에서 태어나 와세다 대학 제1문학부 문예과를 졸업한 오가와 요코는 『상처 입은 호랑나비』로 1988년 가이엔 신인문학상을 거머쥐며 일본 문단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나의 몸과 마음과 영혼은 과연 내 가족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는가! 그 밀도를 논할 수 있을 만큼 가슴이 찌릿해 온다. 80분짜리 기억 속에 수학이론을 전문으로 하는 전 대학교수와 파출부인 나와 박사에게 루트라 불렸던 나의 아들이 전개해가는 이야기이다. 그 중 『약지의 표본』,, 증명이 아름답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으니까.. 감성을 자극했는지 눈물이 난다. “루트는 아주 ......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읽고나서(3)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읽고나서(3)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읽고나서
루트. 어떤 숫자든 꺼려하지 않고 자기 안에 보듬는 실로 관대한 기호. 이걸 사용하면 무한한 숫자나 눈에 보이지 않는 숫자에도 번듯한 신분을 줄 수 있는 기호.
80분짜리 기억 속에 수학이론을 전문으로 하는 전 대학교수와 파출부인 나와 박사에게 루트라 불렸던 나의 아들이 전개해가는 이야기이다. 미혼모의 아픔, 아버지 없이 자라고 따뜻하게 편이 되어 품어주는 이 없던 루트에게 큰 품을 벌려 다정하게 안아주는 80분짜리 기억을 가진 박사와 루트의 공감. 상처받고, 사랑이 필요한 사람들이 만나 수학적 언어가 주는 신비로운 문장들 속에서 이 세 사람이 아름다운 가족을 형성해간다. 우리는 가족이란 부모와 자식, 여기에 ‘친’이란 글자가 붙어야만 정상적인 가족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곳에서 진정으로 따뜻하고 아름다운 가족을 볼 수 있다. 박사는 가고 없지만 “박사와 함께 지낸 시간의 밀도에 미치지 못한다.”는 그 말 가운데 진정한 가족이 함께한다는 것의 함축적의미를 느끼게 된다. 시간의 밀도, 이 두 단어가 책을 읽는 내내 나의 육감을 자극해왔다. 짜릿하게. 나는 살아오면서 내가 함께 살아가는 사랑하는 가족과의 시간과 공간의 밀도에 얼마나 충실했는가를 생각해보게 한다. 나의 몸과 마음과 영혼은 과연 내 가족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는가! 그 밀도를 논할 수 있을 만큼 가슴이 찌릿해 온다. 감성을 자극했는지 눈물이 난다.
“루트는 아주 조심성이 많은 숫자라서 말이야, 눈에 띄게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우리 마음속에는 분명히 있어. 그리고 그 조그만 두 손으로 이 세계를 떠받들고 있지.”그에게 숫자는 상대방과 악수하기 위해 내미는 오른손이며 동시에 자신의 몸을 보호하는 코트였다. 물론 제일 먼저 진실에 도달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증명이 아름답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으니까. 진짜 증명은 한 치의 빈틈도 없는 딱딱함과 부드러움이 서로 모순되지 않고 조화를 이루고 있지. 틀리지 않아도 너저분하고 짜증나는 증명도 얼마든지 있어. 알겠나 왜 별이 아름다운지 아무도 설명하지 못하는 것처럼, 수학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도 곤란한 일이지만 말이야.
“아아, 조용하군.”
정답을 얻었을 때 박사가 느끼는 것은 환희나 해방이 아니라 조용함이었던 것이다.
있어야 할 것이 있어야 할 장소에 정확하게 자리하여, 덜고 더할 여지없이 오랜 옛날부터 거기에 한결같이 그렇게 있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렇게 있으리란 확신에 찬 상태. 박사는 그런 상태를 사랑했다. 박사는 마지막을 결국 전문 의료시설에서 마감했다. 하지만 사랑했던 사람이, 그리고 자신이 사랑을 주었던 사람이 함께 해주는 가운데 떠날 수 있었던 행복한 사람이었다. 글을 읽는 내내 어쩌면 이렇게 수식으로 아름다운 글을 써낼 수 있을까하며 감탄했다. 그런데 하나의 의문점은 박사의 아이에 대한 무한사랑의 근원을 알 수 없다는 것. 루트라는 이름과 무슨 연관이 있을까 하고 계속 읽었지만 결국 박사는 수에 대한 무한사랑과 어린아이에 대한 한없는 애정의 타고남을 보여준다. 정적이면서도 기품이 있고, 관능적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는 일본의 여류 소설가. 1962년 오카야마 시에서 태어나 와세다 대학 제1문학부 문예과를 졸업한 오가와 요코는 『상처 입은 호랑나비』로 1988년 가이엔 신인문학상을 거머쥐며 일본 문단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후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선보이며 독자와 평론가들로부터 꾸준히 사랑 받아온 그녀는 1991년 『임신 캘린더』로 일본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하고, 2003년에는『박사가 사랑한 수식』으로 제55회 요미우리 문학상 소설상, 제1회 서점대상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일본의 대표적인 여류 작가로 자리 잡았다. 또한 『브라흐만의 매장』으로 이즈미쿄카문학상(2004년)을 수상하였으며, 작품들이 해외 10개국에서 출간되었다. 그 중 『약지의 표본』, 『침묵박물관』, 『호텔 아이리스』는 프랑스에서, 『박사가 사랑한 수식』은 일본에서 영화화되었다. 『약지의 표본』은 1999년 ‘프랑스에서 발간된 가장 훌륭한 소설 20’에 선정되었으며, 독일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지에서는 “일본 문학계에서 실험 정신이 돋보이는 새로운 세대의 작가.”로 호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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